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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웹진10월호]FC서울 사람들⑥ - 통역 박만춘

    [2006/10/03]
FC서울의 경기를 보며 혹시 벤치를 유심히 지켜본 경험이 있는가? 벤치, 하면 항상 팔짱을 끼고 서 있는 이장수 감독님을 떠올릴 것이다. 그리고 또 누가 있을까? 코치진과 트레이너, 그리고 교체 선수들. 여기까지 생각해 낸다면 80점의 점수를 줄 수 있다. 분명 누군가 빠져있다. 힌트가 필요한가?

아직 여드름이 가득한 얼굴에 선한 눈, 감독님의 전달사항을 외국인 선수들에게 전달해 주는 인물! 이제 떠올랐는가? 딩동댕~ 바로 우리의 박만춘 통역이다. 4개 국어 능통자로 FC서울의 모든 통역을 담당하고 있는 친절한 만춘씨를 바람이 서늘한 9월의 가을날, 구리 챔피언스 파크에서 만나보았다.


‘정말 친절한 만춘씨’
현재 우리 구단에는 4명의 외국인이 생활하고 있다. 우리의 사랑 히칼도와 아디, 두두 선수와 레안드로 골키퍼 코치이다. 스페인어, 포르투갈어, 영어, 한국어 이렇게 4개 국어에 능통한 만춘씨는 이들과의 대화에 막힘이 없다. 그렇다보니 이들과 대화를 원하는 사람들은 반드시 만춘씨에게 SOS를 청해야만 한다. 감독님이 지시를 내릴 때는 물론이요, 트레이너가 외국인 선수의 몸 상태를 체크할 때에도 언제나 만춘씨가 필요하다. 편안한 대화나 훈련 중에도 가장 많이 뛰어다니고 가장 바쁘게 다니는 사람이 바로 그. 한두 명도 아니고 4명이나 되는 외국인의 통역을 맡으려니 보통 바쁜 일이 아니다. 하지만 그는 싫은 내색 한번 표하는 법이 없다. 언제나 친절하게,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해. 외국인 선수들과의 인터뷰를 위해 여러 번 부탁을 해 보았지만 언제 한 번 어려워 한 적이 없었다. 그래서 그의 닉네임은 좀 더 특별하게 짓고 싶었다. ‘정말 친절한 만춘씨’라고.

마테우스, ‘You`re my friend!'
외국인 선수들은 그를 ‘마테우스’라고 부른다. 7살 때 멕시코로 이민 가서 얻은 이름이 바로 마테우스. 10여년이 넘는 남미에서의 생활이 지금의 그를 4개 국어 능통자로 만들어 주었다. 처음에는 말이 전혀 통하지 않았던 외국에서의 생활, 그것이 지금 그가 우리 팀의 외국인 선수들을 더욱 잘 살필 수 있는 힘이 되었다.

“사실 외국인이 한국에 처음 오면 난감하잖아요. 우리나라 말이 쉽게 배울 수 있는 것도 아니고요. 그래서 처음 외국인 선수와 그 가족들이 한국에 들어오면 사소한 부분을 살펴주려고 노력해요. 선수야 훈련하고 경기 뛰느라 시간이 별로 없지만 그 가족들은 낯선 나라에 와서 정말 무료하잖아요. 그래서 영화관이나 쇼핑할 수 있는 곳들도 많이 일러줘요. 완벽할 순 없겠지만 최대한 편안하게 지내게 해주고 싶거든요.”
히칼도의 아내인 엘리사베스는 만춘씨에 대해 묻자 대번에 얼굴이 환해진다. 한국 생활의 모든 부분을 도와줄 뿐 아니라, 외국인들이 가장 힘들어하는 부분인 병원을 갈 때 역시 많은 도움을 준다는 것이 그녀의 전언. 그것은 두두, 아디 가족들도 마찬가지다.

“우리(외국인 선수 아내들)는 아이들을 중심으로 모든 생활이 흘러가죠. 아이들은 크면서 여러 가지 이유로 병원에 많이 가게 되요. 아이들이 어디가 아프고, 어떻게 해야 하는지 설명을 들어야 하기 때문에 마테우스는 정말 큰 힘이 되요. 그 뿐 아니라 한국에서 생활하면서 여러 중요한 일을 처리할 때 많은 도움을 줘요. 남편(히칼도) 뿐 아니라 저와 아이들도 항상 고마워하죠. 그는 정말 좋은 친구에요.”
나는야 중재자
만춘씨가 통역 일을 하면서 가장 힘든 점은 바로 코칭 스태프와 외국인 선수들 사이에서 중재자의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사회에서, 어떤 일이든지 중재의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은 상당한 부담과 갈등이 따른다. 그만큼 말을 조심해야 하고 생각을 많이 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떠한 사항이던지 코칭 스태프의 지시와 전달 사항을 외국인에게 통역해야 하는 것이 바로 만춘씨가 하는 일이다. 그렇기에 그는 지금 이 순간도 말 한마디에 신중을 기한다.

“전 세계 어느 리그를 가도, 외국인 선수들의 부담은 자국 선수의 곱절은 될 거에요. 우선 타인일 수밖에 없고, 팀의 성적이 좋지 않을 때는 그 화살이 먼저 외국인 선수에게 오는 법이거든요. 물론 우리 팀의 외국인 선수들은 지금 굉장히 잘 해주고 있고, 팀 내에서도 많은 기여를 하고 있어요. 그래서 좋은 말을 전할 때도 있지만, 언제나 그럴 수는 없는 거잖아요. 그라운드는 전쟁이고, 선수라면 항상 발전해야 하니까요. 그러한 상황에서 저는 제 말과 행동이 어느 쪽으로도 기울어지지 않도록 정중앙을 유지하려고 노력해요. 있는 그대로, 가감 없이 전달해야 하니까요. 다행히 선수들 모두 유대관계가 굉장히 좋아서 제 말을 잘 들어주고, 코칭스태프의 의견도 대부분 잘 받아들이고 있어요. 정말 고마운 부분이죠.”

그가 더 특별한 이유
우리나라에서 포르투갈어를 완벽하게 동시통역 할 수 있는 실력을 갖고 있는 사람은 손가락에 꼽을 정도라고 한다. 거기에 영어, 스페인어까지 능통하니 이 정도 만으로도 만춘씨는 너무나도 특별하다. 하지만 그가 더욱 특별한 이유가 있다는데? 우리의 수장 이장수 감독님이 말씀해 주셨다.

“만춘이는 어렸을 때부터 축구를 해서 축구에 대해 굉장히 상세하게 알고 있어요. 그렇다보니 내 지시나 전술 훈련을 할 때에 일반적으로 그저 ‘말’을 전달하는 것이 아닌, 그 상황에 맞추어서 더욱 적절히 외국인 선수들에게 전달해주기 때문에 대단한 도움이 되요. 또 사람의 말이라는 게 전하는 과정에서 참 중요하지 않겠어요. 하지만 만춘이는 자신의 정해진 위치에서 외국인 선수들에게 가장 좋은 방향으로 이야기를 전달해요. 음. 난 별로 칭찬 안 하는데, 많이 해버렸네~ 하하! 그 외에도 열정, 성실성, 순수함.. 무엇보다도 착하다는 게 제일 좋죠!”

그저 일반적인 통역이 아닌 축구의 흐름을 파악하는 통역을 한다는 것이 그의 가장 큰 장점 중 하나라는 것이다. 한 마디로 만춘씨는 ‘뭘 좀 아는!’ 참으로 능력 있는, 특별한 사람이다.
히칼도는 깨는 선수?
“히칼도요? 한마디로 말하면 깨요, 깨.”
아니, 우리의 히칼도가 깬다니? 그게 무슨 말일까? 평소 히칼도 선수의 모습이 어떤 지 묻자 만춘씨가 킥킥 웃으며 말해준다.
“히칼도가 굉장히 멋지게 생겼잖아요. 경기할 때나, 평소에도 사실 카리스마도 있고 정말 멋있거든요. 근데 잘 나가다가 갑자기 확 깨는 경우가 있어요. 예를 들어 괴상한 소리를 낸다거나, 웃기는 행동을 한다거나. 가만히 있다가 그런다니까요. 정말 어찌나 웃긴지..”
히칼도 선수는 팬들의 목소리에 굉장히 관심이 많은 편이라고 한다. 얼마 전 있었던 대 수원전 관련 히칼도 선수의 입장표명 사건에서 많은 오해와 왜곡이 있었지만 정작 본인은 태연했단다.
“히칼도는 그 입장표명을 하는 것에 있어서 어떠한 거부감도 없었어요. 그래서 볼 보이에 대한 자신의 행동은 잘못했다, 라는 입장을 밝혔고 그 외의 행동에 대해서는 경위를 설명한 것뿐이지 다른 언급은 없었거든요. 그 과정에서 많은 일들이 있었지만 지금은 잘 해결됐고, 히칼도 선수 본인은 그에 관련한 많은 분들의 관심이 K리그 발전에 또 다른 밑거름이 되지 않겠느냐, 그렇게 생각하더라고요.”
한국 나이로 34세가 되는 히칼도와 거의 띠 동갑의 나이 차이가 나지만 친구처럼 편안하게, 어떤 일이던지 서로 상의하며 많은 부분을 공유하고 있다는 만춘씨. 작년, 다른 외국인 선수들이 모두 떠나고 갔던 키프러스 전지훈련에서 많이 가까워졌단다.
“히칼도는 참 속이 깊은 친구에요. 서로 이야기를 많이 해서 그런지도 모르겠지만 상대를 잘 이해하고 있다는 생각이 많이 들어요. 나이 차이가 많이 난다고 어렵다거나 그렇지는 않아요. 정서적으로 나이와 상관없이 친구가 되는 경우도 많지만, 무엇보다는 축구라는 매개체를 서로 공유하고 있잖아요. 그건 두두나 아디와도 마찬가지죠.”

팬들에게 고함
외국인 선수들과 가장 가까이에서 생활하는 사람인 만춘씨. 우리의 히칼도, 아디, 두두 선수는 우리 클럽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 지를 간접적으로 들어 보았다.
“세 선수 모두 현재 생활에 굉장히 만족하고 있어요. 특히 수호신 등 서울 팬들에게 정말 고마워해요. 경기마다 항상 큰 힘이 되고, 플레이가 안 좋을 때도 독려를 해 주는 게 가장 좋다고 해요. 팬들이 자기들 이름 불러주고, 싸인이나 사진 요청하는 것도 얼마나 좋아하는지 몰라요. 자신들이 자국 선수가 아니다 보니까 아무래도 그런 부분에는 예민한 면이 있는 것 같아요.”
예민하다!? 순간 살짝 걱정이 밀려왔다. 현재 응원석에서 선수 콜을 만들어 준 것은 그 중 히칼도 선수 한명 뿐. 혹시 아디나 두두 선수가 속상해하는 건 아닐까?
“솔직히 말하면 섭섭해 하는 눈치에요. 가끔 농담으로 히칼도가 ‘I LOVE RICALDO! GOAL, GOAL, GOAL, GOAL!' 콜을 부르면서 자랑을 하거든요. 난 이런 거 있다~ 이런 식으로요. 그러면 다른 선수, 특히 아디가 좀 부러워해요. 팬들이 보내주는 그런 눈에 보이는 성원을 목말라 하는 것 같아요. 팬 분들께 부탁을 드리고 싶은 게요, 깃발 만드실 때 아디와 두두 선수 것도 만들어서 경기 때 흔들어 주시면 너무 좋을 것 같아요. 신경을 꽤나 쓰더라고요. 부탁드립니다.”
나의 FC서울
2002년 처음 FC서울과 인연을 맺은 만춘씨는 올해로 벌써 햇수로 5년 째 선수단과 함께 생활하고 있다. 숙식 역시 구리에 있는 선수단 숙소에서 함께 하기 때문에 이곳은 그의 또 다른 ‘집’인 셈이다.
“또래 친구들이 많아요. 승용이, 우연이 같은 친구들이나 너무 좋은 형, 동생들도 많고요. 오랫동안 지내다 보니 이제는 가족이나 다름없죠. 선수단과 항상 동행하는 주무 (유)성한이 형도 많이 도와주셨고요. 성한이 형이 없었다면 지금의 저는 없었을 지도 몰라요.”
또래와는 조금 달랐던 그의 지난날이다. 오랜 외국 생활 끝에 돌아온 고국, 그 때 만춘씨의 나이 열여덟이었다. 일일이 말은 하지 않지만 힘든 일이 없었다면 그것이 바로 거짓일 터, 고충이 없었는가 묻자 그 선한 눈꼬리를 내리며 고개를 내젓는다.
“처음부터 무조건 좋은 사람이 어디 있겠어요. 하지만 5년여가 지나고 나니까 이제는 새로운 것들이 눈에 보여요. 선수단과 함께 하면서 감독, 코치 분들께 배우고 기른 축구에 대한 눈이랄까, 그런 게 생긴 것 같아요. 예전에는 확실한 제 미래를 계획하지 못했었는데요, 이제는 더 공부하고 노력해서 지도자의 길로 가 보고 싶은 마음이 있어요. 물론 현재 제 일에 충실하면서요.”
그의 나이 올해 22살이다. 하지만 나이보다 훨씬 깊은 생각과 가치관은 대체 어디서 나온 걸까? 보통 또래들과는 달리 확실히 무게감 있어 보이는 모습이지만, 그는 쿡쿡 웃으며 속상한 얼굴을 짓는다.
“승용이랑 우연이가 어떤 분한테 이런 말을 들었대요. “그 FC서울에서 통역하시는 분이요, 나이가 한 스물여덟쯤 되나?” 이렇게요. 아, 아무리 제가 늙어보여도 스물여덟은 너무하지 않아요? 정말 가슴이 아픕니다.”
본인의 능력과 장점을 겸손과 재치로 승화시키는 만춘씨. 천진한 그의 웃음과 함께 좌중에 웃음보가 터졌다. 기분 좋은 웃음이 모두의 마음속으로 번져 나갔다.

함께 한 시간만큼이나 선수들과 꼭 같은 마음으로 그라운드에 서는 만춘씨는 우리 FC서울의 소리 없이 강한 ‘보물’이다.

“제가 특별하다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다만 제가 가장 좋아하는 분야에서 일을 한다는 게 좋죠. 제가 경기를 직접 뛰지는 않지만 그라운드 위에 섰을 때 그 90분의 혈투에 온 시선을 집중하는 수만의 관중을 보는 건 정말 감동이에요. 또 선수들을 항상 뒤에서 받쳐주시는 수호신과 서울 팬들께도 감사드리고요. 저는 선수단에서 제 몫을 열심히 하며 외국인 선수들이 기존 한국 선수들과 더욱 좋은 유대감을 갖고 운동에 임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우리 FC서울이 나아가는 길 앞에서 항상 함께 해주세요.”

많은 사람들이 서로 다른 모습으로 FC서울을 위해 뛰고 있다. 선수들은 그라운드 위에서, 만춘씨는 벤치에서 그들을 지원사격하고 있다. 우리 모두가 꿈꾸는 ★을 다는 그 날을 위해서, 만춘씨는 오늘도 자신의 역할을 묵묵히 수행할 것이다. 박만춘, ‘그’만이 할 수 있는 모든 능력을 선수들을 위해 써주길 기대한다.

글=오현정 FC서울 명예기자, 사진=강동희 FC서울 명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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